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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6-10-13

bitcoin X 어벤져스 X 해리포터

멀티시그 시뮬레이터를 만들고 나서 몇 번 굴려보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, 멀티시그 이거 어벤져스랑 해리포터에서 이미 다 본 얘기 아닌가.

보석 여섯 개 박힌 황금 장갑과 마법 지팡이를 든 부엉이, 열쇠 세 개 중 두 개가 빛나며 열리는 금고

멀티시그를 한 줄로 말하면 이렇다. 열쇠를 여러 개 만들고, 그중 몇 개가 모여야 금고가 열리게 하는 것. 2-of-3이면 열쇠 세 개 중 두 개만 있으면 된다. 말로 하면 어려운데, 영화로 보면 쉽다. 타노스와 볼드모트가 둘 다 이걸 했다. 그리고 둘 다 망했다.

타노스: 6개를 전부 모아야 하는 금고

인피니티 건틀렛은 스톤 여섯 개가 다 박혀야 손가락을 튕길 수 있다. 멀티시그로 치면 6-of-6이다. 열쇠 여섯 개가 전부 있어야 열리는 금고.

재밌는 건 지키는 쪽의 배치다. 스톤은 우주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. 각기 다른 행성, 다른 관리자, 다른 금고. 내가 멀티시그 글에서 말한 '서로 다른 공급망을 섞어라'를 우주 규모로 해 놓은 셈이다. 공격자가 하나를 털어도 나머지 다섯은 멀쩡하다.

그런데 타노스는 결국 다 모았다. 왜일까. 스톤 하나하나를 지키는 게 사실상 한 명, 한 곳이었기 때문이다. 흩어 놓기만 했지, 각 열쇠마다 2중 3중의 장치가 없었다. 한 곳씩 차례로 무너지면 시간 문제다.

그리고 가장 아픈 장면. 닥터 스트레인지는 동료의 목숨을 두고 타임 스톤을 스스로 넘겨준다. 비트코인 보안에서 말하는 렌치 공격, 협박이다. 열쇠를 쥔 사람이 위협받으면 열쇠는 넘어간다. 멀티시그가 여기서 빛나는 이유가 이거다. 열쇠 하나를 빼앗겨도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못 옮긴다.

엔드게임에서 히어로들은 반대로 스톤을 되찾으려고 과거로 가서 여섯 개를 다시 다 모아야 했다. 6-of-6의 진짜 단점이 여기 있다. 공격자도 다 모아야 하지만, 주인인 나도 다 모아야 한다. 하나만 없어도 복구가 안 된다.

볼드모트: 7조각으로 나눴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

볼드모트는 영혼을 일곱 조각으로 나누려 했고, 그 조각을 호크룩스라는 물건에 나눠 숨겼다. 일기장, 반지, 로켓, 잔, 왕관, 뱀. 이 조각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죽지 않는다. 반대로 해리 일행은 전부 찾아 부숴야 한다. 이것도 결국 '전부'의 게임이다.

볼드모트가 틀린 건 세 가지다.

그래서, 2-of-3

타노스의 건틀렛은 6-of-6, 볼드모트의 영혼은 7조각 전부. 둘 다 '전부'를 요구하는 구조였다. 공격자에게도 어렵지만, 주인에게는 더 가혹하다. 하나만 잃어도 끝이니까.

현실의 멀티시그는 보통 2-of-3을 쓴다.

결론

타노스는 여섯 개를 다 모아야 했고, 볼드모트는 일곱 개를 다 지켜야 했다. 나는 세 개 중 두 개면 된다.

멀티시그는 어렵게 들리지만 원리는 이게 전부다. 한 번 털려도, 한 번 잃어도 버티는 구조. 다만 절차가 낯설어서 처음엔 긴장된다. 그럴 땐 실제 돈을 넣기 전에 멀티시그 시뮬레이터로 몇 번 굴려보자. 왜 멀티시그가 최종 종착지인지는 궁극적인 보안은 멀티시그?에, 시뮬레이터를 만든 이야기는 멀티시그 시뮬레이터 제작에 적어 뒀다.

건틀렛도, 호크룩스도 '전부'에 걸었다가 무너졌다. 내 금고는 '전부'가 아니라 '충분히'에 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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