휴대용 기기를 내가 직접 조립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— 그런 생각을 하다가, 문득 이미 그런 시도가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.
구글의 '프로젝트 아라(Project Ara)'. 스마트폰을 레고 블록처럼 모듈 단위로 갈아 끼우는 조립형 스마트폰 프로젝트였다. 카메라가 낡으면 카메라 모듈만, 배터리가 부실하면 배터리 모듈만 새로 끼우면 되는 구조. 처음 들었을 때 꽤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.
결과는 무산이었다. 서드파티 부품 호환성 논란, 모듈 간 접점 불량으로 인한 부팅 오류 같은 문제들을 겪다가 결국 정식 출시 없이 프로젝트가 접혔다. 만약 실제로 출시됐다면 나는 샀을까? 아마 샀을 것 같다.
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더 아쉽다. 이런 모듈러 기기가 지금 나온다면, 내가 끼우고 싶은 모듈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.
- 모듈 하나는 저장용 SD카드 — 문서 몇 개 암호화해서 넣어두는 용도.
- 모듈 하나는 유비키 — 물리 인증을 기기 안에 그대로.
- 모듈 하나는 콜드월렛 — 개인키 서명 기능을 아예 하드웨어로 내장.
이 세 개만 꽂혀 있으면, 그게 곧 완벽한 나만의 기기다. 저장·인증·서명이 한 몸에 다 들어있는 셈이니까.
단점이라면, 잃어버리는 순간 인생이 좀 피곤해진다는 것 정도?
그래도 상상은 즐겁다. 누가 좀 만들어줘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