얼마 전 "물리적 보안키 - YUBIKEY (final)"이라고 써놓고선, 또 유비키 관련 글이다. 양심에 찔려서 제목은 다르게 지었지만 사실 이번에도 주인공은 유비키다.
PanicVault — 클라우드 없이 아이폰 안에서 끝내는 비번 관리
PanicVault는 비밀번호 관리 앱이다. 특징은 클라우드를 따로 설정하지 않고도 아이폰 안에서 암호화된 비밀번호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, 그리고 텍스트나 작은 파일도 같이 보관할 수 있다는 점이다. 나는 유비키로 지키는 금고 앱이 필요했는데, 딱 내 니즈에 맞았다.
유비키 설정 + 등록
이미 만들어둔 OTP 슬롯 2를 Challenge-Response로 프로그래밍해서 등록했다. 유비키1·유비키2 각각에 서로 다른(아무도 모르는) 랜덤 시크릿을 `--generate`로 심어뒀고, 대신 아이폰 두 대에 앱을 각각 깔아서 유비키1은 첫 번째 아이폰에, 유비키2는 두 번째 아이폰에 등록했다. 같은 내용을 양쪽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이중화한 셈이다.
설정하고 나서 궁금했던 게 하나 있었다 — 아이폰을 통째로 공격자한테 장악당해도(파일이든 문자 앱이든), PanicVault 안의 문서만큼은 유비키 없이는 못 건드리게 설계됐다는 얘기가 사실인지. 확인해보니 대체로 맞는 말이었다. `.kdbx` 파일 자체를 통째로 빼내가도, 유비키를 물리적으로 태그하지 않는 이상 오프라인에서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못 푼다. 도난, 백업 유출, 클라우드 침해처럼 가장 흔한 공격 시나리오엔 완벽하게 대응된다는 뜻이다. (다만 iOS 샌드박스 자체를 뚫을 정도의 최상위 공격자한테는, 내가 직접 유비키 태그해서 여는 그 순간을 노릴 여지까진 이론상 남아있다 — 이건 온디바이스 암호화 앱 전부가 공유하는 근본적 한계라 PanicVault만의 약점은 아니다.)
안면인식을 안 켜두면 매번 유비키를 태그해야 한다
Face ID를 따로 설정해두지 않으면, 열 때마다 매번 유비키를 갖다 대야 한다. 귀찮다면 귀찮은 부분인데, 나한텐 오히려 이게 보안 절차라는 확인 같아서 나쁘지 않았다.
유비키를 잃어버리면 저장해둔 문서는 싹 다 잃는다고 경고하는 걸 보니,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. 복구도, 초기화도, 백도어도 없다고 대문짝만하게 써놓은 걸 보면서 — 이 제작자, 보안게이의 욕구를 정확히 충족시켜줄 줄 아는 사람이구나 싶었다.
7,700원짜리 앱 하나가 이 정도 만족감을 준다는 게 새삼스럽다.